[인터뷰] 월가 약세론자 배니스터 "美 증시 거품 상태…조정장 곧 시작"
송고시간2024-12-20 06:59
美스티펄 수석주식전략가 "내년 연준 금리인하 1회…4.0%서 인하중단 예상"
"비트코인 '디지털 금' 아냐…트럼프 '관세폭탄' 위협, 투자유치·弱달러 목적"
"한국 등 신흥국은 통화가치 강할 때 증시 호조…확장 재정 필요"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폭을 줄이면서 내년도 뉴욕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월가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또 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저평가된 증시가 회복하려면 강한 통화가치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재정부양 및 통화긴축의 정책조합이 요구된다고 이 전문가는 제언했다.
미국 금융회사 스티펄의 배리 배니스터 수석 주식 전략가는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인 지난 17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새해 미국 경제에 대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스티펄은 1890년에 설립된 미국의 종합금융회사로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은 견조한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달리 배니스터는 내년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배니스터는 내년 미국 증시 약세론 배경에 대해 재정정책의 시계가 불확실한 가운데 연준의 금리인하가 조기에 종료될 것이란 점을 들었다.
그는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연준이 12월 금리 인하 후 2025년 중 4.0%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통화정책 준거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2%대 중후반에서 둔화세를 멈추고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 대비 0.25%포인트 낮은 4.00∼4.25%에서 멈출 것이라는 게 그의 기본 전망이다.
연준의 내년 중 단 한 차례 추가 인하 후 금리인하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란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연준의 판단보다도 매파적인 것이다.
연준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추가로 인하해 4.25~4.50%로 조정하면서 내년말 기준 금리(중간값)를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0.25%씩 금리 인하를 할 경우 9월 기준으로 연준은 내년에 4차례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2차례로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배니스터는 이어 연준의 지원사격이 중단되는 가운데 역사적으로 높은 주식 평가가치 부담 탓에 내년에 미국 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준으로 고점 대비 10% 이상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 미국 증시는 거품 상태에 있다"며 "내년 중 S&P 500 지수가 5,000대 중반으로 하락하는 조정 국면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S&P 500 기업의 주가순익비율(PER)이 150년 넘게 상승 추세를 보여온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주가수익비율은 과도하다"면서 "2024년 S&P 500 지수의 경로를 과거 역사상 네 차례 거품 사례에 견줘봤을 때 조정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를 뒷받침해온 소비도 힘을 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니스터는 "명목임금 상승률 둔화가 인플레이션 정체와 맞물려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실질 개인소득 증가율 둔화로 이어지면서 소비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투자와 관련해선 "모든 투자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투자할 수 있다"면서도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이 금값 대비 강세를 보이려면 저(低)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연준의 완화 정책과 견조한 성장률 조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처음엔 관세율을 낮게 시작해 매달 순차적으로 올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거나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약속하거나 달러화에 견준 위안화 평가 가치 강세를 유도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위협을 미국이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보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그는 "'신뢰할 만한 위협'으로서 미국 관세정책의 목표는 외국의 통화가치 상승(달러화 약세)이라고 본다"라며 "미국 외 국가 입장에선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동성 함정은 시장에 돈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생산·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증시 전망과 관련해선 "전문 영역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일반적으로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 강세는 강한 자국 통화가치를 필요로 하며 이는 대부분 재정 확장정책과 긴축 통화정책의 조합이 펼쳐질 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한 통화가치는 해당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매우 낮은 주가이익비율을 상승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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