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같은 안무에 고음 뽐낸 두아 리파…"오늘밤은 우리를 위해"
송고시간2024-12-04 21:52
고척돔서 6년여만 내한 공연…대표곡 가창에 의상·무대도 눈길
계엄령 여파에 촉각 세운 관객들…"공연 취소될까 상황 주시"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오늘 공연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요. 오늘 밤은 오직 여러분과 저를 위한 시간이니까요."
빠른 박자의 전자음악 비트가 깔린 가운데 두아 리파가 패션쇼 런웨이에 오른 모델처럼 객석을 응시하며 걸어 나왔다. 이어 리파가 객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옅은 미소와 함께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은 큰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4일 팝스타 두아 리파의 내한 공연이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메운 2만여명의 관객은 가수가 보내는 작은 몸짓 하나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리파의 손길을 따라 공연에 빠져든 관객들은 그가 허리를 뒤로 젖히며 폭발적인 고음을 터뜨리자 연신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이었다.
2015년 싱글 '뉴 러브'(New Love)로 데뷔한 리파는 2017년 첫 정규앨범 '두아 리파'(Dua Lipa)로 영국 앨범차트 3위를 차지하며 팝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다. 그래미 어워즈를 3차례, 브릿 어워즈를 7차례 받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8년 5월 이후 약 6년 반 만이다.
이날 '트레이닝 시즌'(Training Season)으로 무대를 시작한 리파는 '원 키스'(One Kiss), '브레이크 마이 하트'(Break My Heart) 등 세계적인 히트곡을 연달아 들려주며 위상을 뽐냈다.
'비 더 원'(Be The One)에서는 밴드 라이브 반주에 맞춰 시원한 고음을 내지르는가 하면, '일루전'(Illusion)에서는 연달아 웨이브를 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
리파의 공연은 의상과 안무, 무대 효과 등 시각적으로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늘씬한 팔다리를 드러낸 의상을 입은 리파는 다리를 허리 높이까지 차올리는 안무나 다리에서 상체 쪽으로 손을 쓸어올리는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디스코 장르의 '레비테이팅'(Levitating)에서는 스크린에 달을 띄우고 밝은 조명을 비추는 등 무대를 거대한 미러볼처럼 연출했다. 무대 중앙에서 사방으로 빛이 퍼져 나가는 가운데 댄서들과 군무를 펼치는 리파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돋보였다.
눈을 뗄 수 없는 무대가 이어지면서 공연은 자연스럽게 열기를 더해갔다. 엘튼 존과 리파의 듀엣곡 '콜드 하트'(Cold Heart)에서 관객들이 휴대전화 조명을 밝히고 손을 좌우로 흔들자 리파는 손 키스를 보내며 호응했다.
리파는 막바지 '피지컬'(Physical)로 시작해 '댄스 더 나이트'(Dance The Night), '후디니'(Houdini) 등 대표곡 메들리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노래 21곡을 선보인 리파는 마지막까지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장식했다.
리파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공연을 기다려줘서 고맙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준 에너지에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개최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공연 취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상황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공연장을 찾은 오찬우(30) 씨는 "공연 티켓팅도 오래전에 했고, 기차표와 숙소도 잡아둔 상태였는데 모두 취소해야 할까 봐 상황을 지켜봤다"며 "리파의 라이브를 실제로 듣고 싶었는데, 공연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선배와 공연을 관람하러 온 서영경(21) 씨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콘서트가 취소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상황이 정리되어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리파의 파격적인 의상과 멋진 퍼포먼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파는 5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12/04 21: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