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에 눈 반짝인 삼성 원태인 "20발 중 18발 명중"
송고시간2024-12-04 13:02
대구 50사단에서 기초군사훈련…가발 쓰고 시상식 참석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거 제 머리 아닙니다. 완전 짧게 머리 깎아서 그냥 올까 하다가 '그래도 남는 게 사진'이라는 생각에 (가발을) 선택했습니다."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나온 직후임에도 평소 시즌 때처럼 긴 머리로 취재진 앞에 선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은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비밀을 밝혔다.
원태인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엘리시안 호텔에서 열린 조아제약 2024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받았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15승 6패, 159⅔이닝 평균자책점 3.66으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그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곽빈(두산 베어스)과 KBO리그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원태인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대구 50사단에 입소한 탓에 지난달 26일 KBO 시상식에는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어 약 3주 동안 훈련만 받은 그는 군대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원태인은 "훈련소에서는 힘들고 춥기도 했지만, 나와서 생각해보니 뜻깊은 경험이었다"며 "사격은 20발 중에서 18발을 맞혔다. 영점 사격 때 과녁을 못 맞히자 주변에서 '제구가 좋다고 하더니 좀 실망'이라고 해서 기록 사격 때는 집중해서 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20발 가운데 18발 명중은 대한민국 육군 특등사수의 최소 요건이다.
원태인은 훈련소에서 '중대장 훈련병'까지 맡아 121명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그는 "원래는 조용히 갔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중대장 훈련병 하면 휴대전화 30분 더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맡았다. 결국 휴대전화는 못 썼지만, 추억이 남았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도 눈부신 투구를 선보였다.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은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은 비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기 전까지 5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했다.
그러나 4차전에서 그는 몸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2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경기 종료 직후 어깨 회전근 부상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마저 무산됐다.
원태인은 "훈련소 입소 전에 (어깨) 사진을 찍었는데, 약 60%가량 회복된 상태였다. 당시에 한 달이면 완전히 회복될 거라 했다. 조만간 다시 검사할 건데 그때는 다 나았을 것"이라고 현재 몸 상태를 설명했다.
또한 원태인은 "프리미어12는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천만 관중을 달성한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타까웠다. 이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겪으면 안 된다. 그때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했다.
원태인의 내년 시즌 목표는 올해보다 더 좋은 투구, 그리고 우승이다.
그는 "내년에는 (한국시리즈 끝나고) 행복의 눈물 흘리고 싶다. 올해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 유지하려면 내년에 더 노력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때 밸런스가 너무 좋았고, 그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삼진을 위한 새로운 결정구 장착이다.
원태인은 "이제 (결정구) 체인지업이 타자 눈에 너무 익숙해졌다. 큰 무대를 경험해보니, 삼진 잡는 투구가 필요하겠더라"고 말했다.
단순히 KBO리그뿐만 아니라, 2026년 WBC까지 내다본 결정이다.
원태인은 "저에게 국제대회 1선발로는 의문 부호가 붙는 걸 안다. 그래서 삼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캠프에서 시도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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