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때이른 폭염에 건강관리 비상…"외출 땐 물 꼭 챙기세요"
송고시간2024-06-22 07:00
폭염이 심근경색·부정맥 위험 높여…"탈수 증상 막는 게 온열질환 예방 첫걸음"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전국적으로 때 이른 6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열탈진과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폭염 때는 모든 사람이 건강에 주의해야 하겠지만, 고혈압과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의 만성질환자나 고령자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어 외출을 최소화하는 등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부득이한 야외활동 때는 탈수 증상 예방을 위해 물병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수분 섭취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은 15~20분마다 한 컵 정도의 양이 적당하다. 폭염에 노출돼 목마르다고 느낄 때는 이미 온열질환이 시작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폭염이 부르는 '열탈진·열사병'…"초기에 적극 대처해야"
흔히 일사병으로 부르는 열탈진은 열에 의한 스트레스로 염분과 수분이 소실돼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여름철 '더위 먹었다'고 말하는 게 이 질환이다. 의식은 명료하지만, 두통과 구토, 피로, 무력감, 몽롱함, 구역감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열탈진이 의심된다면 서늘한 곳에 쉬도록 하면서 시원한 음료(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차가운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좋다.
반면 열사병은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몸속 체온이 섭씨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열에도 땀은 잘 나지 않으며 발작이나 혼수 같은 의식변화가 동반하기 때문에 예후가 심각할 수 있다.
만약 고온에 노출된 이후 고열, 의식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우선 열사병으로 의심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송을 기다리는 단계에서는 서늘한 그늘로 환자를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는 등 열을 떨어뜨리는 조처가 필요하다. 미지근한 물을 몸에 끼얹으면서 선풍기 등으로 열을 식히는 것도 올바른 대처요령 중 하나다. 열사병의 경우 30분 이내로 몸속 체온을 40도 이내로 낮춰야 한다.
다만, 환자에게 물을 먹이는 건 주의해야 한다. 의식이 있을 때는 환자에게 찬 물을 주는 게 도움이 되지만, 열사병처럼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물을 먹이다가 폐로 흡입될 경우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폭염이 심장질환 발생 위험 높여…"고혈압엔 더욱 치명적"
폭염은 특히 심혈관계에도 부담을 준다. 여름철 바깥 온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체온이 올라가게 되고, 우리 몸은 체온 유지를 위해 혈액을 피부 가까운 곳으로 보내면서 심박수 증가와 혈관 이완 작용을 일으키는 등 심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 장덕현 과장(심장내과)은 "폭염 노출 후의 탈수 증상은 몸속 전해질 수치를 변화시켜 심부전 또는 부정맥의 원인이 된다"면서 "심장에 이상이 없던 사람도 여름철 폭염 노출 이후 갑작스럽게 심근경색, 악성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폭염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을 확장하고 땀을 흘리는 등 열을 최대한 방출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낮아지게 되고, 심할 경우 정신을 잃는 열실신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은 이런 상황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 특히 고혈압 약과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는 혈관이 더욱 확장되기 때문에 앉았다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체위성(기립성) 저혈압'이 유발될 위험이 높다.
실내 냉방에 따른 온도 변화도 고혈압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더운 곳에 있다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와 말초혈관을 급격히 수축함으로써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작게는 혈류 변화로 인한 수족냉증 증상이나 두통부터 크게는 심뇌혈관질환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려면 실내 온도를 외부 온도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 "만성콩팥병, 기온 1도 상승하면 입원 환자 23% 증가"
폭염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괴로운 계절이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온도 28.8도를 기준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콩팥 기능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23.3% 증가했다.
여름철 콩팥 건강을 좌우하는 요소는 체내 수분과 전해질, 칼륨이다. 이 중 수분은 체내 적정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다량의 땀을 흘려 탈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 경우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반면 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무더위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분 섭취를 늘리면 전신부종이나 폐부종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투석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라면 소변을 본 양만큼의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피하는 것이 좋다. 투석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수분 배설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는 만큼 섭취량을 300~500cc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빨대로 물을 마시거나 얼음으로 섭취하는 편이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칼륨도 주의해야 한다.
칼륨은 근육 작용에 관여하는 필수 전해질이다. 문제는 이러한 칼륨의 90%가 콩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배설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칼륨이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팔다리 저림, 부분 마비, 전신 무력감 등은 물론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쳐 부정맥이나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칼륨 함량이 높은 토마토, 키위, 참외 등은 되도록 피하고, 채소는 물에 데치는 등의 방식으로 칼륨을 줄이는 조리법이 권장된다.
장덕현 과장은 "여름에는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게 하고, 외출 때 햇볕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그늘을 잘 찾아다니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면서 "과한 운동보다 실내에서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며 틈틈이 수분을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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