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극복을 향해
송고시간2023-08-19 08:00
DGIST 김민식 교수팀, 발프로산 약물 사용에 따른 장애 발생 메커니즘 규명
IBS 김은준 연구팀, 자폐 동반하는 ADNP 증후군 병리기전 밝혀
아스트로젠,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임상 2상서 유의미한 개선 확인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재조명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관련해 최근 국내 학계와 기업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겨 행동 패턴, 관심사나 흥미, 활동 범위 등이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특징을 보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세계인구의 약 2%에서 발병할 정도로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의 하나다.
하지만, 아직 발생 원인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근본적인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여러 유전적 요인이나 임신 중 심한 감염, 특정 약물 노출 등 환경적 요인, 뇌 기능 이상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김민식 교수팀이 서울대 이용석 교수팀, 고려대 안준용 교수팀, 건국대 신찬영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생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환경적 요인을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팀은 신 교수팀 등의 종전 연구를 통해 임산부 사용 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로 알려진 '발프로산'을 생쥐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발프로산이 뇌 전전두엽에서 'Rnf146' 효소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의 균형이 깨짐을 발견했다.
즉, Rnf146을 조절할 수 있으면 이로 인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완화할 수 있다는 단서를 찾은 셈이다.
이용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폐를 유발하는 원인을 밝히는 데 기여한다"며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가 진일보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EMM'(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실험분자의학)에 지난 1일 게재됐다.
이보다 앞서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높은 빈도로 자폐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ADNP 유전자 결손이 어떻게 자폐 증상을 포함한 ADNP 증후군을 유발하는지 병리 기전을 밝힌 연구 결과를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과학'(Molecular Psychiatry)에 온라인 게재했다.
연구진은 ADNP 결손 생쥐 모델을 이용, ADNP 결손 시 기억력과 사회성 감소, 불안장애 등 자폐 유사 증상을 보이면서 신경전달의 일종인 시냅스 가소성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CAMK2라는 시냅스 효소 단백질의 과도한 인산화가 원임임을 발견했다.
나아가 CAMK2에 인산화 억제제를 처리했을 때 시냅스의 신경전달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 단장은 "CAMK2 단백질의 인산화 억제를 통한 시냅스 가소성 회복이 ADNP 증후군과 자폐 증상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아스트로젠은 소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후보물질 'AST-001'에 대해 지난해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핵심 증상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 3상을 앞두고 있다.
소아의 신경망이 지나치게 발달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물질로 알려진 AST-001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은 만 2~11세 어린이 총 151명을 대상으로 한 2상 결과 사회적 적응행동 측정 평가 도구인 바인랜드 적응행동 조합점수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고 아스트로젠은 밝혔다.
아스트로젠은 지난 6월 국내 임상 3상 수행을 위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엘에스케이클로벌파마서비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3상은 국내 11개 병원에서 소아 160명을 대상으로 AST-001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3/08/19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