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대기오염물질 노출 많았던 임신부, 자폐아 위험 3배 높았다"
송고시간2023-06-03 07:00
고대안산병원, 산모 84만명 빅데이터 분석…"대기오염 확인하고, 심한 날엔 외출 최소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임신부가 대기오염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아이한테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뇌전증이 생길 위험이 최대 3배 이상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대표적인 뇌 발달장애의 하나로, 이 범주에 들어가는 영유아는 특정 물건이나 행동양식에 집착할 뿐만 아니라 눈 맞춤이 힘들거나 언어발달이 지연되는 등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서도 어려움을 보인다.
보통 12~24개월 이내에 진단하고 치료가 이뤄진다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지만, 진단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기준 국내 자폐스펙트럼장애 인구는 2010년 대비 2배로 증가한 3만1천명에 달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박규희(소아청소년과)·최윤지(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2016∼2018년)에 등록된 산모 84만3천134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대기오염물질 노출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의학'(Medicina)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에 따라 1단계(1~3개월), 2단계(4~7개월), 3단계(8~10개월)로 나눠 대기오염물질(초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오존 등)과 중금속(납, 카드뮴, 크롬, 철 등) 노출 정도를 평가했다.
이 결과 임신 기간에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노출이 많았던 임신부일수록 아이한테 자폐스펙트럼과 뇌전증(간질)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뇌전증으로 진단된 아이는 각각 5천493명, 3천190명이었다.
특히 대기오염물질 중에는 이산화황(SO2)의 위해성이 가장 컸다. 연구팀은 임신 중 이산화황에 과도하게 노출됐을 때 아이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뇌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각각 3.7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위험은 임신 3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아황산가스로도 불리는 이산화황은 금속의 제련 공정이나 연료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배출되는 공해 물질로, 인체 점막을 침해하는 독성이 있다.
또 이산화질소(NO2)도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뇌전증 발생 위험을 각각 1.32배, 1.87배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중금속 중에는 납(Pb) 노출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뇌전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공기 중의 납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배기 등 다양한 산업활동에서 발생하며 태아의 신경 발달과 학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임신 중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에 노출되면 염증, 산화스트레스 등이 유발돼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함으로써 태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태아의 특정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하지 못하고 너무 약하거나 전혀 작동하지 않는 DNA 메틸화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규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노출이 태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외출을 최소화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대기오염물질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태아기는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여서 엄마의 자궁 내로 대기오염물질이나 중금속이 전달되면 출생 후 아이에게 신경계 질환 유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면서 "특히 임신 말기로 갈수록 이런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외출 때는 대기오염 정보를 항상 확인하고 혹시 모를 위해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3/06/03 07:00 송고